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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직업 실험 – 시골에서 시작한 디지털 커리어

by jjeongbi93 2025. 7. 24.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AI, IT, 콘텐츠 창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오늘은 소도시 직업실험 - 시골에서 시작한 디지털 커리어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소도시 직업 실험 – 시골에서 시작한 디지털 커리어
소도시 직업 실험 – 시골에서 시작한 디지털 커리어

 

도시는 꼭 일의 중심지여야 할까? – 소도시로 향한 디지털 워커들


한때 '서울=일자리'라는 공식은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졌습니다. 더 나은 기회, 빠른 성장, 치열한 경쟁. 이런 조건 속에서 많은 이들이 서울로 몰렸고, 특히 IT, 콘텐츠, 디지털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흐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굳이 서울일 필요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 지방으로 떠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던 C씨는 2021년 강원도 양양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서울, 부산, 대구의 기업과 리모트 계약을 맺으며 원격 프리랜서로 전환했고, 동시에 지역 커뮤니티에서 디자인 워크숍을 개최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더는 도시가 아닌 연결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지방으로 이주한 디지털 워커들은 자유로운 근무 환경, 저렴한 생활비, 풍부한 자연환경 등을 이유로 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트레이너, 프롬프트 엔지니어,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영상 크리에이터와 같은 직종은 대부분 인터넷만 연결되면 지역에 상관없이 수행 가능한 업무이기 때문에, 소도시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청년 이주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직장 중심'이 아닌 '직업 중심'의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출퇴근이 아닌, 온라인 기반의 연결과 협업이 가능한 커리어가 확산되면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이상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은 점점 옅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새롭게 정의된 일의 가치 – 디지털 기술과 로컬의 만남


지방에서의 직업 실험은 단순히 도시의 일을 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일의 형태를 창조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기존 산업과도 연결되며,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예컨대, 전남 담양의 한 30대 청년은 귀농 후 오이 재배를 시작하며 유튜브 채널 ‘시골농부의 하루’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채널은 단순한 농사 일지를 넘어서, 농업 자동화 장비 소개, 농작물 가공법, 마케팅 방법 등을 함께 다루며 '정보성 농업 콘텐츠'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유튜브 광고 수익뿐 아니라, 교육기관의 특강, 지역 농업기술센터와의 협업 등 다양한 수익 경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충청북도 제천에서는 한 소규모 콘텐츠 스튜디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로컬 스토리텔링’을 전문으로, 지역 노포나 전통시장 상인을 인터뷰하고 이를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SNS 플랫폼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지역 브랜드 인식 개선뿐 아니라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지자체와의 협업 사례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술이 지역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성을 드러내고 확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역 자원을 콘텐츠화하고, 그것을 전국 혹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귀촌, 귀농의 개념을 넘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창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일과 삶의 재조정 –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을 택한 사람들


도시의 삶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소모적이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지방에서 디지털 커리어를 실험하고 있는 사람들은 속도보다는 '지속 가능성'과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전북 완주로 이주한 D씨는 과거에는 서울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소셜미디어에 하루 수십 개의 포스트를 관리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현재는 블로그 기반의 콘텐츠 제작자로 전환해, 매주 2편의 깊이 있는 글을 작성하며 광고 수익과 구독 기반 후원으로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에서의 작업은 계속해서 ‘더 많이’ ‘더 빨리’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내 방식대로 꾸준히’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AI 트레이너는 자신의 일정을 오전/오후로 나누어 오전에는 데이터 라벨링 및 원격 회의, 오후에는 바닷가 산책이나 독서, 커뮤니티 모임 등에 참여합니다. 그는 "도시에서라면 이 일을 내 삶 안에 끼워넣었겠지만, 지금은 내 삶 안에서 이 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이 선택한 삶은 단순히 편안함이나 여유로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커리어를 오래도록 지속하기 위한 전략이자, 자율성과 주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자신을 지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삶의 방식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지방에서의 삶이 항상 장밋빛은 아닙니다. 인프라의 부족, 느린 행정 절차, 때로는 외로움이나 지역 사회와의 거리감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디지털 커리어를 실험하는 이들은 이제 소수가 아닙니다. AI 기술, 원격 협업 툴,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 플랫폼 등 다양한 도구들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하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느냐’라는 점입니다.

서울 밖에서 벌어지는 이 작은 실험들은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지역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더 나아가 직업의 정의 자체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 속에는 속도가 아닌 지속성, 비교가 아닌 자율, 소비가 아닌 창조라는 가치가 중심에 있습니다.

디지털 커리어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제는 지도를 조금 넓혀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을 떠난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